정년 퇴임 이모저모

정년 퇴임사- 교사들에게

제주조천 2006. 8. 15. 16:38
 

마지막 떠나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 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빛내려고 오신 정상주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운영위원님, 또 김유미 학부모 회장님을 비롯한 여러 학부모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연산5동 김종모 동장님, 연산5동 새마을 금고 이성우 이사장님, 연제구 임규백 구의원님, 국민건강보험공단 연제지사 최순종 지사장님, 연산5우체국 윤명숙 국장님, KT&G 김병두 지점장님. 농협중앙회 연제지점 하상봉 지점장님께서 직접 참석해 주셔서 너무나 큰 영광입니다. 그 이외에도 여러 교장선생님께서도 참석해 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그뿐만 아니라 저의 정년퇴임을 위해 몇 달 전부터 김점옥 교감선생님이 지휘아래  여러 선생님들이 계획을 세우고 하나 하나 점검하면서 이렇게 성대하게 퇴임식을 갖도록 애써 주신데 대해서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떠나면서 44년간을 회고하며 몇 마디 하고자 합니다.

 창 너머로 학생들이 활발하게 뛰어 노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넘어지고 부딪쳐도 아무러치도 않은 듯 달리고 또 달립니다. 나도 저 학생들 속에 같이 뛰어 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몸은 그냥 이렇게 쳐다보고만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고 보니 지나간 세월 속에 여러 가지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운동장에 나 딩구는 나뭇잎이나 지푸라기 그리고 돌멩이 하나까지도, 화단에 피어 있는 예쁜 작은 꽃들과 잡초까지도 내게는 다 삶의 의미가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의미는 아마 여러 선생님과 어린이 여러분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함께 울고 웃고 괴로워하며 또는 절망하기도 하고 보람과 희열을 느끼기도 하며 많은 세월과 시간을 같이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되돌아보니 모두가 아름다운 삶의 순간 이였고 축복이었습니다. 다만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만이 남습니다. 그러나 이제 모두 뒤로하고 떠나려 합니다. 지금 심정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길을 떠날 때처럼 떨리고 걱정됩니다만 한편 기대되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합니다. 용감하게 부딪쳐 보겠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맏이로 태어나 동생들 배불리 먹이기 위해 그리고 학비가 들지 않는다는 그 이유만으로 교직을 선택했던 것인데 막상 교직에 들어서고 보니 아이들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좋아 아이들 속에 생활하다 보니 벌써 44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돌이켜보면 1962년 3월 17일  물 설고 낯 설은 거창 창남 초등학교에 첫발을 내디딘 후 거창에서 10년, 김해에서 5년 그리고 1977년 대사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부산시에 편입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43년 5개월 간 교사로, 교감으로 교장으로 가는 곳마다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60년대 중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할 때는 전기도 없는 교실에서 촛불을 켜 놓고 밤 10시가 넘게 공부하였고 그것도 모자라 자취방에 학생들을 데려다가 공부하다가 그냥 자리에 쓰려져 잠이 들곤 하였습니다. 

70년대는 새마을 교육을 한다고 저녁이면 영사기를 리어커에 싣고 마을로 가서 주민들을 모아 놓고 잘 살아 보자고 열변을 토하기도 하였으며 그 결과 1975년 전국 새마을 최우수 학교로 지정되어 새마을 기를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기도 하는 영광을 가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80년대 부산에 들어 와서는 연구부장으로 시범학교를 발표도 하였으며, 컴퓨터 공부를 일찍 시작하여 컴퓨터 강사로 아동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컴퓨터 공부를 전파하기도 하였습니다.  90년대 교감으로 승진하여서는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아동들에게 공부를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였습니다.

 항상 책상 앞에 󰡐내가 안 하면 누가 하랴!, 오늘 안 하면 언제 하랴!, 여기서 안 하면 어디서 하랴!󰡑  라는 구호를 벽에 붙이고 마음을 다듬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열의만 있다고 자기 생각대로 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원체 재주가 없고 아는 게 없어 힘만 들어갔지 이루어 놓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열의도 필요하지만 덕도 있어야 하고 재주도 있어야 하며 인맥도 필요한가 봅니다.

 그리고 선배님들에게 많이들은 이야기가 교과서를 가르치기에 급급해서는 안 되고 교사는 아동들에게 꿈을 심어 주고 꿈을 이루게 하는 동력을 달아 주어야 하며. 폭 넓은 인간이 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귀가 닳도록 들었는데 역시 지난날을 뒤돌아보니 아동들에게 큰 꿈을 심어 주고 폭 넓은 인간이 되도록 밑바탕을 마련해 주지 못한 것이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하는데 그저 다른 사람의 일을 빌어 감동을  주려고 하였으니 정말 어리석기 그지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뒤돌아보니 정말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후회되고 왜 이리 아쉽기만 하고 부끄러운 일만 많은지 얼굴이 화끈 달아오릅니다. 

 44년 전 골덴 양복에 1학년 입학할 때 가슴에 다는 이름표보다 더 큰 명찰을 가슴에 달고 학생들 앞에서 으스대던 열아홉 총각 선생님이  이제 머리엔 하얀 서리가 내리고 얼굴엔 온통 주름 투성이 노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세기가 가까워지다니 참 많은 세월이 흐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세월을 뒤돌아보니 가슴 졸이며 애태우던 일, 우쭐대며  으스대던  일, 깊은 절망에 빠져 어쩔 줄 모르던 일, 참으로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그러나 그 많은 세월 속에서도 큰 과오를 남기지 않고 이렇게 무사히 정년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이보다 기쁜 일이 없습니다. 더구나 마지막을 연제에서 마친다는 것이 나에게는 행운이었습니다. 요즘 학교마다 이런 일 저런 일로 한시도 마음 편하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교장 선생님을 볼 때마다 저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다만 2년 동안 학생들에게나 선생님들에게 좀더 나은 환경과 조건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하고 신나게 학생들을 지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 능력이 모자라 뚜렷이 성과도 없이 떠나게 되어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런 부족한 저에게  좋은 선생님과 좋은 학부모님을 만나서 이렇게 행복하게 정년을 맞는가 봅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마지막으로 떠나는 모습이 아름답게 떠나게 되어  다시 한번 연제 초등학교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회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만 하고 이제 여러분 곁을 떠나고자 합니다.





마지막 한마디


 매사에 최선을 다하세요 - 매 순간 마다

끊임없이 변화하며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세요 - 늘

가르치며 배우세요 - 살아있는 날까지

열심히 하세요- 어디서나

먼저 하세요 -내가

 내일로 미루지 마세요 - 오늘 일을

 사랑하세요 - 모든 것을

  솔직하세요 - 언제나

  건강하세요 - 항상

  친절하세요 - 누구에게나

  행복하세요 - 모두 다함께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연제를

안녕히 계십시오.


      2006년 2월 21일

                         연제를 떠나며 한원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