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임 이모저모

퇴임사-학생들에게

제주조천 2006. 8. 15. 16:31
 

사랑하는 연제 어린이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


올해는 유난히도 추웠습니다. 전라도에는 몇 십 년만의 폭설로 많은 사람이 다치고 집과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는 피해를 입기도 하였습니다.  부산에도 영하 10°까지 내려가는 날이 며칠이고 계속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맹위를 떨치던 추위도 계절 앞에는 어쩔 수 없이 물러가는가 봅니다. 어제부터는 완연한 봄 날씨처럼 낮에는 오히려 덥기까지  하였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맏이로 태어나 동생들 배불리 먹이기 위해 그리고 학비가 들지 않는다는 그 이유만으로 선생님의 길을 선택했던 것인데 막상 선생님이 되고 보니 학생들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학생들이 좋아 학생들 속에 생활하다 보니 벌써 44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돌이켜보면 1962년 3월 17일  물 설고 낯 설은 거창 창남 초등학교에 첫발을 내디딘 후 거창에서 10년, 김해에서 5년 그리고  부산시에 들어 온지 29년이란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사랑하는 연제 어린이 여러분!

 교장 선생님은 이제 여러분 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44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어린이 여러분들과 함께 웃고 떠들고 뛰어 놀던 교정을 영영 떠나려고 하니 섭섭한 마음이 금할 수 없습니다. 교실에서, 골마루에서, 운동장에서 여러분을 만날 때 참으로 행복했었습니다. 해맑은 웃음, 초롱초롱한 눈망울, 티 없이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여러분을 마주칠 때마다 여러분이 더없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웠습니다. 더구나 여러분들은 재주가 많아서 학교 안에서는 물론 학교 밖에 까지 나가서 상을 받고 올 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교장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연제 어린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저의 집 거실에는 水適穿石(수적천석) 이라는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이 액자는 교장 선생님이 젊은 시절에 선배 선생님에게 받은 액자인데 이 말의 뜻은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 라는 뜻입니다.  

우리 주위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자기 나름대로 그 방면에 달인들이 참 많습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을 더 뚜렷해 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전문가가 되고 달인이 되기 위해서는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좋은 결과만 기대한다면 그것보다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조급하게 굴지말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노력한다면 여러분들은 훌륭한 나라의 일꾼으로 자라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연제 초등학교 어린이 여러분! 사랑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6. 2. 21 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