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이야기

아내의 10주년 기일

제주조천 2014. 1. 5. 11:47

 

아내의 10주년 기일

 

갑오년 일월 초삼일 남편 한원규는 부인 전길여님께 고하나이다.

당신께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혼자 저 세상으로 간지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손자도 동우 혼자뿐이었으나 동엽이, 동민이 동제. 그리고 동윤이. 동수 여섯이나 됩니다.

해마다 커가는 손자들을 볼 때마다 당신이 더 보고 싶고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당신이 계셨으면 얼마나 더 사랑하고 더 잘해 주었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당신은 동우가 대구에서 온다고 하면 자갈치 시장까지 나가서 좋아하는 조기도 사오고,

사골을 사다가 밤새 곰국을 끓이기도 하며 좋아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마 당신이 살아 계셨으면 틀림없이 방학이 되면 다 집으로 불러다가

이것도 해 주고 저것도 해주면서 즐겁게 지낼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

더 당신 생각이 나고 아쉬운 마음이 더 들기도 한답니다.

여보!

당신은 34년을 나와 같이 살면서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가슴이 갈로 에이는 듯 져며 옵니다.

당신은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편하게 지낼 수도 있었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닥치는대로 일을 했습니다.

화장품 장사, 요그르트 장사, 보험 외판원, 심지어 여학생 속옷 장사도 하였습니다.

자전거 뒤에 잔뜩 짐을 싣고 좁다란 7논뚝 길을 달리기도 하였고,

이 마을 저 마을, 이 집 저 집으로 걸어 다니면서 장사를 하였습니다.

참 억척스러웠습니다. 그렇게 고생하는 당신에게

“당신 나 때문에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해” 라고

따뜻하게 손 한번 잡아주지 못했습니다.“

어디 이런 일 뿐이었겠습니까? 

이제 생각하면 너무 후회스럽고 미안하고 죄송스러울 뿐 입니다.

 다른 부부들이 나이 들면서 건강하게 서로 아끼며

다정하게 지내는 것을 보면 나는 가슴이 더 아파 옵니다.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니고, 좋은 옷도 사주고,

그렇게 원하던 외국 여행도 다니고 당신이 원하는 것 모두 다 할 수 있는데....

여보! 미안합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당신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미안하고 후회스럽고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이 세상에 남긴 발자취는 너무도 뚜렷합니다. 

경훈이나 창훈이 모두 훌륭하게 자라 누구 못지않게 가정을 잘 이끌고 있으며,

손자들도 반듯하게 다 잘 자라고 있습니다. 

동우는 이제 신학기가 되면 중학교로 진학하고

동엽이도 3학년에 올라갑니다. 동민이 동재 동윤이 동수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모두가 당신이 잘 보살펴준 덕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이 손자들이 항상 건강하고 바르게 잘 자라도록 당신이 항상 보살펴 주십시오.

오늘 맑은 술과 음식을 경훈이와 은주가 정성껏 마련하여 당신께 올리오니 음향 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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