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이야기

할아버님 제사와 여름휴가

제주조천 2010. 8. 4. 13:50

할아버님 제사와 여름휴가

 

8월 2일은 음력으로 6월22일 할아버님 제사날이다.

작년에는 경훈이가 직장관계로 오지 못하게 되자

창훈이도 오지 못하게 했다.

큰 애가 직장관계로 제사에 참석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하는데

작은애만 오면 더 힘들까 봐 같이 오지 못하게 했다. 

집 사람과 내 혼자 제사를 준비하는데

너무 힘이 들어 제사를 마치고 며칠 몸살까지 하였다.

더구나 올해는 집사람도 없기 때문에

더욱 나혼자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래서 금년에는 둘 다 여름휴가를 내어서 오기로 한 것이다.

 

31일 부터 3일까지 4일간 조용하던 집안이 난리법석을 떨었다.

두 아들 내외와 손자 넷 그리고 나까지 합해야 아홉 뿐인데

조용하던 집안이 완전히  전쟁터나 다름 없을 정도로 시끄러웠다.

동우(10살)와 동엽(6살)이는 온 집안을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숙대밭으로 만들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싸우고 그러다가 작은 놈은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지 엄마 안테 달려가 편들어 달라고 울고

동윤(13개월)이와 동민(10개월)는 여기저기를 기어 다니며

닥치는대로  넘어뜨리고 그러다가 울고, 한 놈이 울면 다른 놈이 따라서 울고

이런  것을 두고 전쟁터 같다고 사람들은 말하는 같다.

그런데 나는 이런 모습이 너무 행복하고 기분이 좋았다.

 

나는 동우와 동엽이가 집에 오면 둘이만 차에 태우고

여기저기 자기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에 데리고 가는 낙이 있다.

이번에는  백스코에서 우주과학 대탐험이라는 전시장을 찾아 가기로 했다.

우주과학 대탐험은 평소에 체험하지 못하는 기구를 이용해서

직접 타 보고 몸으로 느끼게 하는 체험놀이이기 때문에 

너무 유익한 경험을 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웬만한 기구를 이용하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데

나는 아이들을 대신해서 긴 줄 끝에서서 차례가 돌아 오기를 기다리며

다리 아픈 것도 모르고 한없이 서 있는 것도 신이났고

배가 고프다고 하면 간식거리와  음료수를 사주는 것도 빼어 놀 수 없는 큰 즐거움이었다.   

동우야! 동엽아!

난 너희들이 있어 이렇게  큰 즐거움을 맛 본단다.  고맙다.

 

이번 제사는 집사람이 없기 때문에 두 며느리들이 서로 의논하며

시장을 보고 제사 음식을 다 만들었다.

큰 며늘애 은주는 처음 시집을 와서 집안에 큰일을 많이 치르면서

젊은 사람답지 않게 음식 솜씨가 뛰어 나다고  친척 어른들로 부터 칭찬을 많이 들어 온 터였다.

그런데 둘째 며느리 현민이가  들어 왔는데 현민이도 은주 못지 않게

음식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월요일 아마 이 날이 금년에 가장 더운 날이었다.

가만히 앉아 있아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더운 날이었다.

그런데 며늘애 둘이는 뜨거운 불 앞에서 제사 음식을 만든다고 

고생하는 것을 보니 너무 안타까왔지만  내가 뭘 도와주고 싶어도 

오히려 방해가 되고 부담이 될까 싶어 손주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저녁에 제사를 마치고 식구들이 둘러 앉아 음식을 먹었는데 제사 음식이 너무  맛이 있었다.

할아버님과 두 분 할머님도 음식을 잘 만들었다고 칭찬하는 것 같아 너무 기분이 흐믓했다.  

 

큰 며늘애 은주야! 그리고 둘째 현민아!

고맙다. 너희들이 우리 집안의 며느리가 되어 준 것이 너무 고맙구나.      

혼자 된 나를 위해 이것 저것 신경 써 주는 것도 고맙구나.

나도 너희들을 위해 도울수 있는 것이 있으면 힘껏 도우마

은주야! 현민아! 사랑한다.

 

 

할아버님 제사 축문

2010년 경인년 음력 6월 22일

通政大府府君 할아버님, 

淑人水原白氏,   淑人全州李氏  두 분  할머님 신위 전에 삼가소손 원규가 고합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할아버님 돌아가신 날이 돌아 왔습니다. 그 동안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오늘이 오면 더욱 더 할아버님과 두 분 할머님이 보고 싶고 그리워집니다.

 할아버님 그리고 두 분 할머님께 죄송스러운 말씀 올리게 되어 부끄럽습니다.  새로 들어 온 손부가  지난 4월 암으로 저 세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제사를 올릴 수  없어 증손자인 경훈이가  소손을 대신하여 내년부터 할아버님과 두 분 할머님 제사와 명절을 모시기로  하였습니다. 

할아버님 그리고 두 분 할머님 오늘 맑은 술과 제수를 정성껏 마련하여 드리오니 함께 강림하시어 흠향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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