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마음속에 남아 있는 그리운 선생님 정년을 축하합니다.
겨울철이면 나보다 더 큰 눈덩이를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굴리며 눈사람을 만들고 사금파리와 단추 돌멩이를 갖고 공기와 소꿉놀이를 하던 그리운 어린 시절.
1967년 봄날, 꽃샘추위의 시샘 속에 5학년에 진급하였으나 우리는 담임 선생님 없이 2개월을 공부해야만 했습니다. 차 소리만 나도 새로운 선생님이 오시나 모두들 달려가고 낯선 분만 오셔도 창 밖을 내다보면서 애타게 선생님을 기다리던 우리들의 작은 가슴에 벚꽃이 필 무렵 키가 크고 멋있는 제주도 총각선생님 한원규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부임하시게 되었습니다.
5학년 2반 담임으로 우리들을 맡으신 선생님은 하루하루 일과를 정리할 수 있는 일기를 쓰는 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셨고, 고제초등학교에 핸드볼 팀을 창단 하시어 체육대회에 출전하기도 하였으며, 방과 후 공부가 조금 부족한 친구들을 따로 모아놓고 보충수업도 해주시던 자상한 선생님.그 중에서도 청소가 끝나고 나면 오르간을 치시면서 노래도 가르쳐 주시던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멋과 낭만을 아시던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멋들어진 목소리로 자주 부르시던 가곡 가고파, 는 고향인 제주도를 그리시면서 부르셨던 것 같은 기억이 듭니다. 그 뿐만 아니라 선생님은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공부뿐만 아니라 우리들과 같이 뛰어 놀고 같이 생활했던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오빠 같았고 아버지 같았던 자상한 선생님이었습니다.
그 해 늦가을 무렵부터 건강이 안 좋으셔서 물을 자주 많이 마시는 모습에 저희들은 물을 많이 마시는 병에 결렸다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인진쑥을 달여서 마시면 좋다는 얘기를 듣고 어머니와 같이 눈이 하얗게 내린 산 위로 올라가서 얼어붙은 흙 속에서 인진쑥을 캐서 정성스럽게 달일 때 우리가족 모두 간절한 소망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선생님의 쾌유를 바라며 정성스럽게 약을 달이고, 추운 날씨에 달인 약을 머리에 이고 학교까지 갖다 주셨던 그리운 어머니, 지금은 함께 하지 않기에 더욱더 그리워지네요.
그러나 선생님의 병은 점점 깊어지고 병원 가시는 날에는 저희들은 선생님 자취방 구들목에 불을 피우고 기다리기도 하였고, 점심시간에는 뒷산에 올라가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다가 선생님 부엌에도 가져다 놓기도 하면서 선생님 병이 빨리 나아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산골 소녀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주셨고 병 때문에 애태우게 하시던 총각 선생님이 이제 정년을 한다고 합니다. 그때 어린 소녀들도 이제는 오십을 훌쩍 넘기고 보니 40년 전에 그 옛날이 그리워집니다. 그리운 사람을 마음에 두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라고 합니다. 잊지 못할 사람을 가슴에 간직함도 아름다운 일이지요 그렇습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한원규 선생님 정년 퇴임하시더라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여생을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2006년 1월에 제자 홍을윤이가 먼 대전에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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