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임 이모저모

정년 퇴임축하의 글-박은규의 글

제주조천 2006. 8. 16. 11:17
 

선생님의 정년퇴임을 바라보면서,


67년도 담임 선생님이셨던 고제초등학교 제자 박은규

                                                       (경상남도 지방경찰청 외사과)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이제는 조금이나마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다.

어린 꿈을 꽃피우던 초등학교 어린 시절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던 한원규 선생님께서 벌써 정년을 하신다니 학창시절의 지나간 추억들이 주마등 같이 눈앞을 스쳐 간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선생님은 군대를 갔다 오시고 복직을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총각선생님으로서 우리 학교 고제초등학교에 부임하시어 교육자로서의 소임을 위해 참으로 때묻지 않은 교육에 대한 열정은 이곳 산골 학교에 다니던 우리에게 온갖 정성을 쏟아 부었던 것 같다.

 한원규 선생님은 선생님이기 전에 집안 삼촌이나 형님과도 같은 친밀감을 느끼게 한 것 같았다. 아침에 자습시간에도 우리는 선생님과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였고, 자연 시간에는  산과 들로 다니며 관찰 학습도 하였고, 특히 선생님은 음악을 좋아 하셔서 풍금에 맞추어 노래 부르던 기억도 납니다. 

 그때 우리 반 아이들은 몇 사람을 재외하고는 모두가 농사를 짓는 농부의 자녀로서 그 당시 농촌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울 때라 대부분 아이들은 겨울철에도 고무신을 신고 다녔고 몇몇 아이들은 비나 눈이 올 때는 도회지에 있는 형제간이나 친지들이 사준 장화를 신고 다닌 아이들도 있었다. 겨울철에는 날씨가 추울 때는 아침에 마당에서 세수를 하고 방문고리를 잡으면 문고리에 손이 쩍쩍 달라붙을 때가 많았으며,  장갑도 귀한 시기라 나를 비롯한 우리동네 아이들 몇몇은 아침에 소죽 끓여주고 난 부엌에 주먹만한 돌을 묻어 두었다가 아침 먹고 나오면서 비료 푸대 종이를 2-4겹 싸서 손에 쥐고 가면 학교 도착할 때까지 손이 따듯하여 추위를 좀 녹일 수 있었으며 미리 구운 돌을 준비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가다가 돌을 잠시 빌려 주기도 하였고 교실 난로에 불을 때기 위해 집에서 각자 장작을 한 두개씩 가져 와서 수업 중에도 난로에 나무를 집어 넣어가며 난로 위에는 주전자에 물을 얹어 오차 물을 끓이고 했다

 선생님과 지내던 여러 가지 일 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일은  6.25 전후해서 6월 달이나 , 11월겨울 철 불조심 강조기간 때  선생님들과 전교생이 모인 운동장 조회단 위에서 선생님께서 작성해 주신 웅변원고 들고 단상 위에서  여러분! 하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책상을 치며 외치던 일 들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여 년이 지나 이제 우리도 50이 훌쩍 넘어 버렸다

  우리의 어린 꿈이 꽃 피던 시절, 그 아련한 추억 속의 선생님께서  평생을 걸어온 인생의 보금자리를 이제 먼길 떠나는 나그네처럼 회한과 추억을 뒤로한 채 사회 인생의 초년생으로서 자연인의 한사람으로 새 출발하시는 선생님의 앞날에 건강과 신의 가호가 항상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