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에 관한 글

아내의 13주기 기일 제사 축문

제주조천 2017. 1. 8. 10:58



                             축문

정유년 양력 일월 초삼일 남편 한 원규는 부인 전 길여님께 고하나이다.

세월이 어찌나 빠르게 흐르는지 당신의 우리의 곁을 떠난 지 벌써 13년이 됩니다. 2년 10개월밖에 안된 동우가 이제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동우가 대구에서 온다고 하면 자갈치 시장에 까지 나가서 조기랑 사다가 굽어 놓고 곰국을 좋아한다고 솥에 곰국을 끓이며 행복해 보이던 당신의 모습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여보!

92년 어느날 병원에 진찰 받으러 갔다가 유방암이란 진찰을 받고도 당신은 태연하게 전화로 “나 유방암이래 걱정하지 말아, 내일 서울로 가서 수술 받고 올게 하는 말에 난 너무나 놀라 다리가 후들후들 떨 정도로 놀랐지만 당신은 태연하게 뭘 그리 놀라 걱정 하지마 하며 오히려 나를 위로 하고 태연히 전화를 끊던 당신 그리고 1년여 동안 당신은 무척 힘들게 암과 사투를 벌였지요. 말기 위암 암이 온 몸으로 퍼져 수술할 때 상체의 신경은 다 끈어 버릴 정도로 힘든 수술을 이겨냈고 항암제도 제일 강한 것으로 사용하여 물 한모금도 넘기지 못할 정도였지만 당신은 굳굳하게 참고 참으며 암과의 사투를 벌였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내가 서울 올라가면 둘이서 아무도 없는 옥상에 앉아 소리 내어 실컨 울면서도 나를 걱정하고 나를 위로하던 당신 모습이 떠오릅니다. 정말 당신의 의지력은 대단하였습니다. 그 결과 1년 후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5년이 지난 후 완치 판정을 받고 얼마나 좋아 하였습니까?

그리고 10년이 넘었고 이제 암과의 기억도 사라지고 앞으로 2년 밖에 안 남은 정년 후의 생활을 어떻게 재미있고 유익하게 보낼 것인가로 고민하고 있을 때 생각지도 않은 사소한 감기 정도로 밖에 생각지 않은 폐렴으로 당신이 우리의 곁을 떠날 줄이야! 세월이 흐를수록 너무나 억울합니다. 당신은 백병원으로 입원하러 갈 때도 차 안에서 웃고 떠들며 놀러 가는 사람처럼 여유가 있었고 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그 길이 마지막 길이 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당신이 그렇게 된 것은 내가 못나서 내가 너무나 소흘하게 생각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 것이 아닌가? 나는 당신에게 죄인일 수 밖에 없습니다.

여보! 올 해 동우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동엽이는 초등학교 6학년 동윤이와 동민이는 초등학교 2학년 새해엔 동제, 동수도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모두가 당신이 잘 보살펴 준 덕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이 손자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잘 자라도록 당신이 항상 보살펴 주십시오. 오늘 경훈이 내외가 맑은 술과 음식을 정성껏 마련하여 올리오니 음향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