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6주기 제사를 지내며 생각나는 이야기
경인년 1월 3일은 집사람이 저 세상으로 간지 벌써 6년이 되는 날이다.
평생 같이 살줄 알았는데 갑자기 제 세상으로 간지 벌써 6년
나나 집사람이나 서로 잔 정이 없고 애교스러운데가 없어
그냥 남이 보면 무덤덤하게 지내 온 것 같았지만
그래도 34년을 한결같이 나를 위해 고생하다가 간 사람이다.
나는 내 아내가 아니였으면 벌써 40여전에 죽었을 것이다.
1967년 내가 요붕증으로 서울대학교에 입원할때 부터 온갖 수발을 다해 주었고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 하다고 까지한 사람을 자기가 꼭 살려내겠다고
양가 모두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자기가 먼저 서둘러 결국 결혼까지 성사시켰으며
거창 고제 산골에서 오로지 나를 살려야겠다는 의지 하나로
엄청 고생하면서도 행복해 하던 집사람이였다.
그 후 나는 폐결핵으로, 허리 디스크로, 간염으로, 위장장애로
그때 마다 아내는 나를 위해 온갖 병 수발을 하며 고생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화장품 장사, 요크르트 장사. 보험 중개사 등
안해 본 장사가 없을 정도로 이것 저것 닥치는데로 부업을 하였다.
그러면서 땅을 사고 그 땅을 팔아 집을 짓고
그 집을 팔아 좀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하고 또 그 집을 팔고 좀 더 큰 집으로 ...
정말 함경도 억척 또순이가 우리집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93년 유방암이 걸렸다.
병원에 입원하였을 때에는 온몸에 암이 퍼져 어찌 손 쓸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꼬박 1년을 항암치료 받고 건강을 되찾았으며
그 후 전국 안 가 본 곳이 없을 정도로 둘이서 돌아 다녔다.
1년에 40,000-45,000Km 뛰었으니 정말 많이도 돌아다닌셈이다.
93년까지는 아내가 나를 위해 온갖 고생을 했다면
나는 93년 이후 아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밖에만 나오면 그렇게 좋아할수가 없었다.
그러니 매주 토요일만 되면 모든 일 제쳐두고 둘이서 여행을 다녔었다.
그 뿐만 아니라 집안청소, 빨래하기, 시장보기 등 내가 할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지 기쁜 마음으로 도왔다.
이렇게 평생 살줄 알았었다.
그런데 2003년 가을쯤 부터 이상하게 몸이 좋지 않다고 하더니
자기 생일을 해운대 하이야트 호텔에서 큰 아이가
차려준 생일 음식을 맛있게 먹고
며칠후 병원에 갔는데 벌써 늦어버린 것이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지 57일만에 그 사람은 한마디 유언도 남기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너무나 허무하였다.
그리고 6년이란 세월이 흘러버렸다.
나도 지금 집사람을 만나 새 출발하였고
자식들도 자기들 자식을 낳고 키워 가면서
나나 자식들까지 차츰 잊어지는 것 같아
섭섭하기도 하고 그러니 이 날이 오면 더욱 그 사람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다음은 아내의 제사 축문이다.
경인년 일월 초삼일 남편 한원규는 부인 전길여님께 고하나이다.
당신께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혼자 저 세상으로 간지 벌써 6년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언제라도 곧 다시 돌아올 것 같았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당신이 우리 곁을 영영 떠난 것을 실감하면서 더욱더 그리워지고 그리운 마음이 깊어만 갑니다.
여보! 당신은 어떻게 지난 1년을 지냈습니까? 생전에 착한 일만 한 당신은 틀림없이 평화롭고 병마의 고통이 없는 극락정토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요?
지난 1년은 우리 집에 큰 경사가 두 번씩이나 일어났답니다. 7월 3일에는
둘째 며느리 현민이가 아들을 낳아 동윤이라 이름 지었고, 10월 2일에는 큰 며누리 은주가 아들을 낳아 동민이라 이름 지었으며 둘 다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한 해에 손주가 둘씩이나 얻었으니 집안에 이보다 큰 경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나머지 식구들도 모두 건강하고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이 저 세상에서 영혼이나마 우리의 가족들을 보살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승에서의 모든 인연을 끊고 병마의 고통이 없는 곳에서 극락왕생하기 두 손 모아 빕니다.
오늘 맑은 술과 음식을 정성껏 마련하여 당신께 올리오니 음향 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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