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신지 1주기를 맞으며 추모사를 올립니다.
4월 4일 오늘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저 세상으로 간지 벌써 1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 동안 당신은 어떻게 지냈습니까?
이 세상에서 착한 일만 한 당신은 좋은 곳으로 가겠지요.
저는 오늘은 당신과 부부라는 관계가 아니라
가장 친한 옛 동료로서 술 한 잔을 올립니다.
저는 당신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
처음에는 그냥 가슴만 멍할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가슴이 아픈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당신이 내 옆에 없다는 사실을
하나씩 느끼면서 한없이 절망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차를 운전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울컥하면 가슴이 아프고 시리어 왔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함께한 시간을 그리워 하며
한동안 방황도 하며 너무나 억울해서 가슴을 치며 울기도 많이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세월이 흐르고 조금씩 조금씩 당신이 잊혀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문득 당신이 생각나고 그리워지면
또 가슴이 시리고 아파옵니다.
언제쯤 이 아픔이 가실런지요.
더 많은 세월과 시간이 흘러야겠지요.
1980년 당신과의 만남은 나에겐 행운이었습니다.
100학급이 넘는 큰 학교에서 당신은 학년주임으로
나는 연구주임으로 동학년을 맡게 되었지오.
당신과 나는 그때 30대 후반이었고
나는 그 해 전국 논문 연구대회에서 1등급을 수상하면서
한창 기고만장 할 때였습니다.
그 당시 학년주임은 보통 5-60대 원로 남자 선생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우리 학년 주임은 여자인데다가
나이 또한 내 또래 밖에 안 된 젊은 학년주임이었으니
나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생활이 즐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학년주임이라는 분이 비록 여자인지만 Leader Ship 이 대단히 뛰어났고
동료 교사를 먼저 배려하는 인간미가 풍부하였고
매사에 자기가 먼저 솔선수범하며
무슨 일이든지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정말 통 큰 여자였습니다.
나는 처음으로 여자이지만
진정 마음속으로 당신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그런데 당신과 나와는 어찌 된 셈인지
그 학교에서 내리 3년을 동학년을 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깊은 인연이라 아니 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과 나는 그렇게 30년 전 깊은 인연으로 만났으며
그 후에 뜻이 맞는 교사들 중에 10여명이 모임을 만들어
당신과 인연을 이어져 오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몇년 전 당신도 나도 모두 상처를 당하여
아픈 마음을 보듬어 줄 부부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참 인격자라는 것은 동료교사였을 때 보다
부부란 이름으로 맺게 되면서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내 인생에 있어서 당신과 같이 인품이 뛰어난 사람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당신과 있으면 마음이 항상 따뜻해지고 넉넉해졌습니다.
당신은 어떤 것들도 모두 포용 할 수 있는 큰 그릇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은 타고난 음식 솜씨가였습니다.
평소에 가까이서 보면 어떤 재료를 쓰던지
당신의 손에 들어가기만 하면
요술처럼 음식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습니다.
김치도 여러 종류의 김치를 담구어
입맛 따라 먹게 하고 찌개도 끓이면 어찌나 맛이 있던지
그리고 아무거나 이런 저런 것들을 이렇게 저렇게 조물조물 만들면
기가 막힌 음식이 되어 항상 밥상을 풍성하게 만들고 입맛 따라 먹게 하였습니다.
지금도 당신이 만들어 준 음식이 제일 그리워집니다.
당신은 주위에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절대 끊어지는 법이 없었지요.
당신을 찾는 사람은 어찌나 많은지
당신이 전화는 항상 쉬지 않고 울리곤 하였습니다.
여자 남자 가리지 않고 많았고
나이가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어왔고
마음속에 담았던 하소연을 마음 놓고 할수 있는 상대가 되어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그것을 시원하게 해결 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곤 하였습니다.
어떤 때는 당신은 친정 어머니가 되어 주기도 하고
언니가 되어 주기도 하며 같이 울어 주기도 하고
아파해 주기도 하니 모두들 당신을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으로 당신은 인격의 깊이가 한없이 높고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소유한 어떤 것도 다 남에게 베푸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은 집을 나설 때 꼭 잔돈을 미리 준비하고 나섭니다.
길거리에서 찻간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면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었지요.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잔돈을 주는 것은 버릇만 나빠지게 되어
그렇게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당신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당신은 천성적으로 남 도와주고 베푸는 것을 낙으로 삼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이 돌아가시자
당신을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나보다 더 가슴 아파했고 슬퍼했습니다.
너무나 아까운 사람이 일찍 돌아 가셨다고 원통해 하였습니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이 삶은 보람으로 가득찼고 누구보다 성공적으로 살아간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큰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같이 호흡하면서
기쁨도 같이 나누고 슬픔도 같이 나누며 살수 있었던 것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의 일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여보! 고마웠어요. 그리고 사랑해었었요.
당신이 묻힌 저 소나무가
작년보다 한층 울창한 것 같습니다.
당신과 가장 친한 친구 유선생님과 당신이 동생이 잔을 올리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 심은 국화의 새싹이 돋아나 있었고
당신이 좋아하던 배고니아를 8포기나 심었습니다.
작년 5월 생신 때 심었던 배고니아가 가을에 갔더니 그때까지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오늘 심은 꽃도 늦가을 까지 피고 지면서 같이 지켜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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