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가 잠든 곳
지난 5월 27일 당신 생신 날 베고니아 화분을 가지고 가서
정성껏 심고 갔는데 지금까지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동안 물도 주지 않고 돌보는 사람 하나 없었는데
베고니아는 자기 혼자 꽃을 피우고 지우고 하면서 그이를 기쁘게 하였던 모양이다.
너무 신기하고 기특하기 그지없다
그이는 돌아 가기전 부터 입버릇처럼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거든 당신이 책임을 지고 엄마 옆에 수목장을 해 주세요,
평생 친정 엄마하고 살았는데 죽어서도 옆에 있고 싶어요."
그래서 여기 누워 있는 것이다.
20여m 도 채 떨어지지 않은 저 건너편에 보이는 큰 소나무가 자기 어머니가 잠든 곳이다.
그이는 꽃을 유난히도 좋아했다.
생전에 학교에 근무할 때에도 학교에 행사가 있거나 손님이 온다고 하면
밤새 꽃꽂이를 하여 교장실, 현관, 교무실, 골마루 등을 환하게 꾸몄고
자주 여선생님과 학부모를 모아 놓고 꽃꽂이 강사를 하기도 하였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이는 손재주가 뛰어나고 리더슆도 강해
여선생님들과 학부모들에게 동양매듭, 등공예, 양초공예 등도 가르치면서
전시회를 열고 수익금을 불우이웃을 돕는데 많이 참여하기도 하였었다.
수목장 부근에 야생화가 생각보다 많이 피어 있었다.
그래서 금년 가을부터 그이가 누워있는 부근에 국화를 심을 생각이다.
그래서 저 세상에 가서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꽃꽂이 강사를 하면서 즐겁게 보내면 더 행복해 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승회가 주위의 풀도 뽑고 국화를 심을 준비를 하고 있다.
비닐봉지 옆에 지난 생신때 심은 베고니아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전보다 소나무 가지가 훨씬 더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것 같다.
나무가 너무 커서 앵글 하나로는 잡히지 않아 두 컷으로 잡았는데
지난번 처럼 이번에도 잘 안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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