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활

표적치료제 종류와 효과

제주조천 2007. 11. 27. 14:13

표적치료제 종류와 효과

 

 

(서울=연합뉴스) 안은미 기자 = "대부분의 표적치료제는 명품 가방과도 같습니다. 보통 가방으로도 물건을 담을 수 있는데, 명품 가방을 쓰려면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는 최근 인류의 숙원인 암 정복과 관련해 관심을 끌고 있는 표적치료제의 치료효과가 투입비용과 노력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0 년을 전후로 등장하기 시작한 표적치료제는 종양 전문가들 뿐 아니라 암환자들로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50년대에 수술치료, 1960년대에 방사선치료, 1970년대에 화학요법이 본격적으로 등장했지만 1980년대 이후로는 암 치료법에 획기적인 발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표적치료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조심스럽기만 하다.
◇ 표적치료제란 = 표적치료제란 기존의 항암제와 달리 발암과정의 특정 표적인자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정상세포를 보호하고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치료제를 말한다.
항암치료는 기본적으로 수술을 할 수 없는 암을 대상으로 한다. 백혈병, 림프종 등의 혈액암이 여기에 속하고 위암, 대장암 등의 고형암 중에는 진행성 암 또는 전이암이 항암치료의 대상이 된다.
혈액암이나 진행성 또는 전이성 암이 표적치료제의 목표물이 되는 셈이다.
장기의 일부분에 국한된 조기암은 수술치료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1990 년대 후반부터 만성 골수구성 백혈병의 글리벡(이매티닙), 악성 림프종의 리툭산(리툭시맙), 유방암의 허셉틴(트란스주맙) 등이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비소세포폐암의 이레사(제피티닙)와 타세바(엘로티닙), 대장암과 비소세포폐암의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다발성 골수종의 벨케이드(보테조밉) 등이 개발됐다. 최근에는 수텐트(수니티닙)나 작티마(ZD6474)처럼 여러 표적인자를 동시에 공격하는 약이 개발돼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표적치료제의 가장 큰 장점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 경구 투여가 가능해 졌다는 점이다.
◇ 맞춤치료의 양면성 = '맞춤치료'란 양면성을 내포하는 표현이다. 표적치료제는 발암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정 표적인자만을 공격한다. 같은 종류의 암이라도 특정 표적인자가 나타난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비 소세포폐암 치료제 이레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임상시험 초기에 이레사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모두에게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이레사는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에 돌연변이가 있는 일부 환자들에게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양인에게서 상대적으로 흔한 이 돌연변이는 우리나라 비소세포폐암환자에서 10명 중 2명 꼴로 발견된다.
이 런 면에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상당한 행운이 따른 약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90% 이상에서 글리벡의 표적인 bcr-abl 유전자 돌연변이가 관찰되기 때문이다. 한가지 암이 이 정도로 일관된 특징을 갖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대부분의 암은 발암과정이 아주 복잡해서 발암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암세포에만 주로 분포하는 적당한 표적인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도움말: 국립암센터 이진수 연구소장,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 아산병원 종양내과 이정신 부원장)



<표적치료제, 절반의 축배> ②낙관론에 가려진 한계성

[연합뉴스 2006-07-04 06:03]
(서울=연합뉴스) 안은미 기자 = 국립암센터 이진수 연구소장은 표적치료제의 작용 방식을 '자라나는 머리카락을 계속 잘라내는 것'에 비유한다.
종양의 발암과정을 유전자 단계에서 뿌리뽑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암세포를 사멸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것이 표적치료제의 특징이다.

◇ 내성발현 = 한 가지 약을 오래 쓰다 보면 암세포는 다양한 기전을 통해 저항성을 얻게 된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여러 표적인자를 동시에 공격하면서 저항성이 생기기 전에 암을 없애야 한다.

현 재 두 가지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 가지는 표적치료제를 다른 표적치료제나 기존의 항암제와 병합하는 칵테일 요법이다. 현재 리툭산, 아바스틴, 허셉틴 등이 전통적인 화학요법과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는 임상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여러 표적인자를 동시에 공격하는 단일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화이자가 임상 시험 중인 '수텐트(수니티닙)'는 4가지 표적인자를 동시에 공격하는 대표적인 예다.

하 지만 다중표적을 공격하는 방식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암젠사 종양임상부 데이비드 파킨슨 팀장은 최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와의 인터뷰에서 "광범위한 치료가 더 효과적일 수는 있지만, 그 독성에는 대가를 치러야한다"고 경고했다.

독성은 강하지만 일시적으로 투약하는 전통적인 항암제와 달리, 평생을 투여해야 할 수도 있는 표적치료제는 장기적인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 늘어나는 비용 = 현실적인 어려움 중 하나는 비용과 효과의 문제다. 아산병원 종양내과 이정신 부원장은 "현재 시판중인 표적치료제는 대부분 고가이지만 효과는 기대에 못미친다"고 말했다.

이진수 소장의 회진용 환자 명단 뒤에는 각종 항암제의 약값이 빼곡히 적혀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에게 치료비는 가장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병 원비와 기타 치료비용을 제외한 한 달 약값으로 얼비툭스는 600만원, 허셉틴은 400만원, 아바스틴은 500만원, 글리벡은 200만원, 리툭산은 200만원이 든다. 전통적인 항암제인 시스플라틴, 5-FU 등의 한달 약값인 10~20배에 달하는 엄청난 비용이다.

한편 글리벡, 허셉틴 등 일부 약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표적치료제는 아직 '치료 반응'을 논하는 단계다. '치료 반응'이란 병이 나았다는 뜻이 아니라 항암치료를 2~3 주기 시행한 후(보통 6~8주 뒤) 종양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더이상 커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후 대부분의 환자들은 '5년 간 살아있는 사람의 통계(5년 생존율)'가 아니라 '평균 얼마나 더 살았나(평균 생존 기간)'의 통계에 포함됐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는 "우리 사회가 비효율적으로 늘어나는 암 치료비를 얼마나,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도움말: 국립암센터 이진수 연구소장,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 아산병원 종양내과 이정신 부원장)

<의학전문기자ㆍ가정의학전문의>




<표적치료제, 절반의 축배> ③과제와 전망

(서울=연합뉴스) 안은미 기자 = 표적치료제의 비용.효과 문제를 기술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대표적인 노력은 표적치료제에 반응이 좋을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를 선별해 내는 것이다.
치료 반응이 좋은 환자를 예측할 수 있다면 많은 수의 환자가 고비용과 부작용을 감수해가며 불필요한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 버드 의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브루스 A. 채브너 교수와 토마스 G. 로버트 교수는 지난 해 '항암치료와 암과의 전쟁'이라는 제목의 '네이처' 기고문에서 "지난 60년 간 임상가들은 종양의 조직학적 분류에 의존해 치료방침을 정해 왔다. 그러나 이제 항암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암세포의 분자적 특성을 밝히는 연구가 항암제 개발의 핵심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로 허셉틴은 HER2 수용체가 과발현된 유방암 환자에게, 글리벡은 abr-bcl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백혈병 환자에게 각각 쓰이고 있다.

비 소세포폐암 치료제 이레사는 100% 예측할 수 없지만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를 보이는 환자의 대부분이 치료에 반응한다. 암센터 이진수 소장은 "이레사의 경우 아직까지는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여부를 검사해 치료방침을 정하는 것 보다 2주에서 1달 간 약을 써 보면서 효과 여부를 판정하는 게 유용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발암경로가 복잡한 대부분의 고형암은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치료에 반응한 환자군의 특징을 파악하려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여기에 근거해 환자를 선택할 수 있으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핵심적인 발암과정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암을 조절하겠다는 표적치료제의 시도는 분명 신선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화이자 연구실의 주디스 S. 레오폴드 국장은 지난 2월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종양학 분야에서 키나아제 억제제(대표적인 표적치료제)의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는 "표적치료제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품어서는 안된다. 수술치료, 기존의 항암치료처럼 표적치료제도 전체적인 암 치료에서 나름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산병원 이정신 부원장은 "아직 많은 분자표적이 밝혀져 있지 않고 이것을 정확히 진단해 내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며 특히 적절한 환자 선택도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독성이 적은 표적치료제가 독성이 심한 세포독성 항암제를 대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표적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립 암센터 이진수 소장은 "암은 이미 만성질환"이라며 "고혈압이나 당뇨병 치료가 질병을 조절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듯 항암치료도 암이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조절하는 방식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움말: 국립암센터 이진수 연구소장,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 아산병원 종양내과 이정신 부원장)

<의학전문기자ㆍ가정의학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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