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기울여보라, 큰 스승의 가르침 들려온다 안동 도산서원 |
06-07-03 | |
도산서원 현판은 한석봉의 글씨다 | ||||||||||||
걸음을 멈추었다. 어느 곳을 유심히 바라보던 그들은 카메라를 들어올려 셔터를 눌렀다. 찰칵. 그들의 카메라에 잡힌 것은 무엇일까. 고직사? 옥진각? 아닐 게다. 몇 백 년 전에도 지금처럼 그 곳에 있었을, 도산서원을 에워싼 변함없는 그 하늘과 바람과 나무와 풀들의 모습을 담았으리라.
소곤거렸다. 박약재 툇마루에 앉아 전교당을 바라보며 그들은 무언가를 속삭였다. 저기 걸린 현판 글씨가 한석봉의 친필이라구? 아닐 게다. 그들은 귀 기울여 들었으리라. 바람이 전해주는 퇴계 선생의 낮은 목소리를.
경북 안동시 도산면에 있는 도산서원은 조선 중기 성리학의 대가인 퇴계 이황 선생이 후학을 길러낸 유서깊은 사적지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명망을 더하는 퇴계 선생의 발자취를 좇는 이들이 오늘도 이 곳을 찾고 있다.
퇴계 이황, 서애 류성룡 등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유학자를 많이 배출한 안동은 예부터 추로지향(鄒魯之鄕)이라 불려 왔다. 이는 공자와 맹자의 고향이란 뜻으로, 예절이 바르고 학문이 왕성한 고장을 일컫는다. 도산서원이 자리잡은 곳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고, 앞에는 낙동강 물줄기가 맑게 흐르고 있다. 이러한 산수의 맑고 아름다움을 눈여겨 보는 이라면 이 곳이 학문을 닦기에 아주 적당한 장소임을 느낄 수 있다. `도산`이란 지명은 옛날 이 산 속에 옹기 굽던 가마가 있었기 때문에 옹기 굽는 산이라 해서 질그릇 도(陶)자, 뫼 산(山)자를 써서 지어졌다.
퇴계 선생은 명종 16년(1561년)에 도산서당과 농운정사를 직접 지어 이 곳에서 인격을 수양하고, 학문을 연구하며, 인재를 길렀다. 원래는 아주 작은 규모의 서원이었으나 선생이 돌아가신 4년 후인 1574년 제자들과 유림들이 힘을 합해 도산서당 뒤편에 선생을 추모하고, 선생의 학문을 이어받기 위해 도산서원을 건립했다. 그 다음 해인 1575년에는 선조 임금이 한석봉의 친필인 `도산서원(陶山書院)`의 현판을 하사해 사액서원(賜額書院)이 됐다.
백일홍이 만발한 한적한 진입로를 따라 가면 넓은 주차장이 방문객을 맞는다. 서원 건물은 주차장에서 5분 남짓 걸어 들어가면 모습을 보인다. 서원보다 먼저 만나는 건 강 가운데 석축 위에 있는 작은 정자다. 이 곳은 다름 아닌 정조 임금이 규장각 각신(閣臣) 이만수(李晩秀)를 도산서원에 보내 과시(科試)를 보인 곳이다. 정조 임금은 퇴계 선생을 흠모해 선생의 학덕을 기리고, 지방 선비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특별과거인 도산별시(陶山別詩)를 이 곳에서 보게 했다. 이를 기념해 비를 세우고 단(壇)을 모았다.
도산서원은 보물로 지정된 전교당을 비롯해 도산서당, 농운정사, 옥진각, 동서재, 장판각, 역락서재 등 여러 건물로 구성됐다. 선조 7년에 건립된 전교당은 도산서원의 중심 건물로 각종 행사 때마다 강당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정면에 있는 현판은 선조 임금이 사액한 것으로, 글씨는 명필 한석봉이 어전에서 쓴 친필이다. 고직사 아래에 있는 유물 전시관 옥진각에는 약 400종의, 4,000여권에 이르는 장서와 장판 및 선생의 유품이 전시됐다.
도산서원에서 나와 이정표를 따라 3~4km 정도 가면 퇴계 선생 종택이 있고, 생가와 묘소가 있는 이 일대를 퇴계기념공원으로 조성했다.
*가는 요령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경부(중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 - 서안동 IC에서 빠져 안동시내로 진입한다. 봉화·태백 방면으로 이어지는 35번 국도를 타고 도산 서부검문소 - 도산서원 - 퇴계종택(토계리 상계동)에 이른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
출처 : 세월의 길목에서
글쓴이 : 아프로삭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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