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이야기

풍금 이야기

제주조천 2010. 5. 23. 13:08

풍금 이야기

 

예전에는 초등학교 교실엔 꼭 있어야 할 교구중에 하나가 올갠이었다.

매 교실마다 한대씩 있는 것이 아니라 2-3교실에 한대씩 배정되어 있어

음악시간이 되면 이웃교실에 있는 올갠을 아이들이 들고 오곤 하였다.

그리고 선생님의 반주에 맞추어 아이들이 노래소리가

운동장 담을 넘어 멀리 멀리까지 퍼져 나가곤 하였다.

선생님이 흥겹게 반주를 하면 아이들은 더 신이 나서 더 큰소리로 학교가 떠나가라고

소리를 지르곤 하였다.

 

60년대 신임 교사시절 나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했지만  올갠을 제법 잘 친것 같다.

일요일 오후에 텅빈 교실에서 혼자 올갠을 치면서 노래를 불으면 

시골처녀들이 교실 뒷편에서 부러운듯 기웃거리곤 하였다. 

그 당시 학교에 나보다 한살 아래인 처녀 교사가 있는데 그녀는 노래를 참 잘 불렀다.

노래만 잘 한것만 아니라 가요, 유행가  팝송 등 모르는 곡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수업이  없는 오후에는 나는 올갠을 치고 그녀는 옆에서 노래를 부르곤 하였는데

그때 그가 가르쳐 준 노래 새드무비란 노래는  오랫동안 나의 18번이 되기도 하였다.

 

마지막 퇴임을 앞두고 창고를 둘러 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창고 가득히 있는 올갠들이었다.

90년대, 2000년대 들어 오면서 올갠은  교실에서 애물단지가 되어 있었지만

학교 재산이라서 마음대로 처분할수도 없어서 창고에 쌓아 둔 것이었다.

나는 교육청에 이야기를 하고 학부형들과 선생님들에게 올갠이 필요한 사람은

가져 가도 좋다고 하였더니 제법 많이들 가져갔다.

그 중에 나도 한대를 가져와 지금까지 보관하였다.

 

 

 

퇴임후에도 가끔 한번씩 올갠을 치곤 하다가

집사람이 아프는 바람에 정신적으로 바빠 그냥 방치하였었다.

그러다가 오늘 처음으로 덮개를 열고 올갠을 한참 동안 연주했다.

오랫만에 덮개를 열었는데 소리가 제법 잘 나는 것 같다.

내일부터 자주 올갠도 치고 혼자 노래도 불러 보기로 하였다.

그런대  "못 잊어"를 부르다가 그만 울컥 하고 눈물이 나는 것이었다.

 

 

                       몾 잊어

                                         김소월 작사

                                         김대웅 작곡+

몾잊어 몾잊어  몾잊어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사노라면 잊힐 날 잊힐 날 있으리다.

 

몾잊어 몾잊어 몾잊어 몾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몾잊어 몾잊어 몾잊어 몾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몾잊어도 몾잊어도 더러는 더러는 잊어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그리워 살뜰히 몾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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