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1년상 추모제 축문
2005년 1월 3일 당신의 남편 한 원규가 고합니다.
1년전 당신은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당신 홀로 저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1년이 지난 요즘도 가끔씩 현관을 열고 들오면 당신이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혼자 길을 가다가도 당신이 옆에 있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 차를 운전하면서도 옆자리에 당신이 앉아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밤중에 깨어 나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당신이 잠이 깰가 봐 조심스럽게 문을 여닫다가 당신이 옆에 없음에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답니다. 그럴 때마다 당신이 정말 보고 싶고 그리습니다. 눈물을 흘리고 목이 메이기도 하였습니다.
당신은 나를 살린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였습니다. 현대 의학으로는 못 고친다고 서울대학 병원에서 강제로 퇴원했을 때 나는 이 세상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당신은 어떻게 하든 나를 살리겠다고 온갖 고생을 하였습니다. 당신은 평생 병마와 싸워 온 나를 위해 희생하였고 봉사하였습니다. 좋다는 약이 있다면 전국 어디든지 쫓아가 구해 가지고 왔고 심지어는 새벽 4시에 첫 버스를 타고 소 도살장까지 찾아가 애젖을 구해서 고아 먹이기까지 하여 결국 나를 살려 놓았습니다. 그런 당신을 위해 난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였습니다. 변변한 선물도 한 기억이 없고 해외여행 한번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후회가 됩니다. 이제 당신에게 잘 해주고 싶어도 영영 기회가 없으니 너무나 안타갑습니다.
당신은 주변머리 없는 나를 대신해서 집안 대소사 일을 항상 시원시원하게 처리하였지요. 당신이 없는 나는 너무나 미약한 존재입니다. 난 당신이 어디 가자고 하면 그저 뒤따라가면 되었고 무얼 하자고 하면 시키는 대로하면 되었지요.
바람 부는 허허벌판에 혼자 내동댕이 진 채로 나 혼자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어린 아이와 같은 내 모습입니다. 사소한 물건하나라도 옮기려면 당신안테 물어보고 옮겼었는데 이렇게 했다가 당신안테 무슨 소리를 들으면 어떻허나 하고 망설여지기도 한답니다. 그러다가 아참! 당신은 이제는 영영 볼 수도 없는 유명을 달리한 사실을 느낄때면 더욱 당신이 그리워집니다.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한다 하라도 목소리만이라도 들을 수 있으면 이렇게 까지 그립지는 안을텐데...
올해는 몇 십 년 만에 처음 보는 더위라고 하던데, 그리고 금년 단풍은 유난히 곱게 물들었다고 하던데 어떻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녁에 퇴근해서 다음날 출근하기까지 한마디도 이야기 할 수 없는 다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모릅니다. 당신은 내가 무얼 하든지 항상 시원치 않다고 잔소리를 하면 나는 잔소리가 싫어 더 심술부리며 티걱 테걱 했었지요. 이럴 줄 알았다면 그때 더 잘할걸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당신은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생전에 착한 일만 한 당신은 틀림없이 극락정토로 갔겠지요? 이제 이승에서의 모든 인연을 끊고 병마의 고통이 없는 곳에서 극락왕생하기 두 손 모아 빕니다.
오늘 맑은 술과 음식을 정성껏 마련하였습니다. 음향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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