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스크랩] 남도 여행 운조루 주변 볼거리

제주조천 2007. 3. 22. 16:57

그곳에 가면 봄 향기에 취한다…운조루 주변 볼거리 [세계일보 2007-03-09]




전남 구례를 중심으로 한 섬진강, 지리산 일대는 가히 ‘봄여행 1번지’로 부를 만하다. 3월 초부터 지리산 자락에는 매화의 뒤를 이어 봄의 도래를 알리는 노란 산수유가 지천이다. 따스한 봄기운을 감지해야만 뿜어 나오는 ‘산중 보약’ 고로쇠 수액도 지리산 일대가 최대 산지다. 3월 하순부터는 봄의 절정을 알리는 벚꽃이 지리산 서남쪽을 굽이도는 섬진강변을 하얗게 수놓는다.

# 구름 속을 나는 새가 사는 집, 운조루

남도의 대표적 ‘적선지가’ 운조루는 그 규모만큼이나 볼거리, 이야깃거리가 풍성하다. 사시사철 답사가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구름 속을 나는 새가 사는 집’이라는 뜻의 택호에 걸맞게 조선 후기 건축양식의 전형을 보여주는 고택이다.

현재 중요민속자료 제8호로 지정된 운조루에는 건물 배치도인 가도(家圖) 등 조선 후기 양반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기록과 유물도 상당수 보존돼 있다. 집이 워낙 크다 보니 찬찬히 둘러보려면 꽤 시간이 걸린다.



◇운조루 대문 위에 걸린 호랑이뼈.

운조루 대문 위에 걸려 있는 호랑이뼈 두 개도 눈길을 끈다. 운조루를 지은 류이주가 평북 병마절도사 시절 잡은 호랑이의 뼈 두 개를 잡귀를 막기 위해 걸어놓았다고 한다.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호랑이뼈는 남편 바람기 잡는 데도 효험이 있다는 속설이 있어 예전에는 여인네들이 조금씩 갉아 가기도 했다.

닭 10여마리가 햇볕을 피해 산수유가 활짝 핀 기와 담장 그늘에 몸을 숨길 정도로 요즘 운조루에는 봄빛이 가득하다.   
 
베풂의 철학…''적선지가 積善之家 '' 구례 운조루 
 


‘타인능해(他人能解).’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있는 대저택 운조루(雲鳥樓)의 쌀 뒤주에 새겨진 글로, 의역하면 ‘누구나 맘대로 퍼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놓인 위치부터 예사롭지 않다. 통상 뒤주라면 안채 깊숙이 자리 잡게 마련. 그런데 외부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랑채 부엌에 놓여 있으니 빈궁한 이웃들이 쌀을 퍼가기 딱 좋지 않은가. 게다가 원통형 뒤주 하단부의 구멍을 여닫는 마개에 쓰여 있기를, ‘타인능해’라니….

집주인은 적선에 그치지 않고, 쌀을 얻어가는 사람의 자존심까지 세심히 배려했던 것 같다. 주인과 직접 대면해 쌀을 얻어가려면 그 누구라도 계면쩍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운조루는 조선 영조 때인 1776년 낙안(현재의 전남 순천시 낙안면 일대) 군수를 지낸 류이주가 지은 집이다. 원래는 99칸의 ‘고대광실’이었다. 230여년의 시간이 흐르며 현재는 약 60여칸만 허름하게 남아 있다. 그래도 대가의 풍모는 여전하다. 4년 전부터 시어머니(75)를 모시고 사는 셋째 며느리 곽영숙(37·사진)씨는 “처음에는 청소하기도 너무 힘들었다”며 “살림하며 이리저리 오가다 보면 입안이 헐 때도 많았다”고 짐짓 푸념한다.

운조루가 널리 알려진 것은 고대광실이어서가 아니다. ‘타인능해’에서 알 수 있듯이 예로부터 베풂과 나눔을 실천한 ‘적선지가(積善之家)’로 인근에 명성이 자자했다. 지금도 집 안 도처에서 가난한 이웃을 배려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지붕 위로 솟은 굴뚝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건물 아래 기단(基壇)으로 구멍을 내 이곳으로 연기가 빠지도록 해 놓았다. 부잣집에서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면 끼니를 거른 이웃들이 한층 더 힘들어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높은 굴뚝이 없다 보니 운조루 아궁이에 불을 피우면 온 집 안에 눈이 매울 정도로 연기가 자욱했다는 게 곽씨의 설명이다.

 동학과 여순사건, 6·25 전쟁을 거치면서도 운조루가 멀쩡했던 것은 두텁게 덕을 쌓았기 때문이다. 지리산 빨치산에 가담한 이 집안 머슴들은 자기 상전 집이었던 운조루를 불태우는 것에는 극력 반대했다고 한다. 빨치산들이 마을에 내려올 때도 류씨 집안 사람들은 미리 피신할 수 있도록 머슴들이 하루 전날 귀띔해줬다는 게 곽씨의 얘기다. 그러고 보니 운조루 뒤편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빨치산의 본거지였던 지리산 노고단이다.

현재 운조루의 집안 살림살이에선 옛 영화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사실 윤택해 보이지도 않는다. 전답이 꽤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여느 농가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시골 살림살이다. 그래도 후손 역시 선조들 못지않게 후덕하기만 하다.

일제 때 동네 서당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내놓은 전답의 경작료가 지금은 동네 노인들 여행 경비로 사용된다는 말을 듣고 ‘되찾고 싶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곽씨는 “지금도 우리 살기엔 충분한 땅이 있다”며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몇 해 전 동네에 우물이 필요하다고 할 때도 집안 땅을 흔쾌히 내놨다. 매년 초복이면 동네 노인정에 집에서 키우는 닭도 내놓는다.

“맘이 좁아서 조상들같이는 못한다”라면서도 “선조들에게 누는 끼치지 않게 살려고 한다”는 게 곽씨의 말이다.

따스한 3월의 봄 햇살이 운조루 앞마당에 가득하자, 곽씨와 딸 고은(3)이가 봄바람을 쐬러 나왔다. 곽씨는 감기라도 걸릴까 고은이에게 겉옷을 입히려 하지만, 봄기운을 이기지 못한 듯 고은이는 한사코 가벼운 셔츠만을 고집한다.

기와 담장을 따라 산수유와 매화, 동백꽃이 활짝 핀 걸 보니, 꽃샘바람이 매서워도 이제 완연한 봄이다. 없는 사람들과 자신의 것을 나누고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들어서일까. 운조루에 비치는 봄 햇살이 유난히 따스하게 느껴진다.

# 지리산 자락의 노란 꽃구름, 산수유

3월의 대표적인 여행 테마는 바로 산수유꽃. 꽃 하나는 엄지 손톱만 하지만, 한 그루에 수만 송이가 한꺼번에 피면 비할 데 없는 장관을 이룬다. 일찍 핀 매화가 지기 시작하는 3월 중순이면 지리산 자락은 만개한 산수유꽃으로 노란 물결을 이룬다. 산수유꽃은 2월 중순부터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4월 초까지 그 화려함을 뽐낸다.



◇섬진강변의 벚꽃

구례의 산수유 열매는 전국 생산량의 67%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산동면 위안리 상위마을은 30%를 차지할 정도로 산수유나무가 지천이다. 그래서 ‘산수유 마을’로 불린다. 구례군에서는 상위마을을 중심으로 산수유꽃 축제를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진행한다. 계곡과 돌담 사이에 흐드러지게 핀 산수유꽃은 기나긴 겨울 뒤끝의 황량함을 순식간에 잊게 만든다.

# 눈부신 별천지, 섬진강 벚꽃길

산수유꽃이 시들해지는 3월 하순부터 구례 섬진강변에는 벚꽃이 만발한다. 매년 4월 초면 벚꽃 축제가 열린다. 구례를 중심으로 동남쪽인 경남 하동으로 연결되는 19번 국도, 서북쪽인 전남 곡성으로 이어지는 17번 국도는 길섶에 벚꽃나무가 끝없이 이어져 눈부실 정도로 하얀 터널을 형성한다. 자동차 전조등으로 벚꽃 야경을 일구며 스쳐가는 야간 드라이브도 일품. 특히 3월 하순에서 4월 초쯤 구례군청에서 오산으로 연결되는 17번 국도변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에서도 몇 손가락에 꼽히는 장관이다. 하얀 벚꽃에 파묻혀 봄 햇살에 반짝이는 섬진강을 굽어보면, 왜 그렇게 많은 시인들이 섬진강에서 시흥을 돋웠는지 절로 깨닫게 된다.




◇운조루에는 연기가 기단 사이로 빠져나가도록 되어 있다(왼쪽), 화엄사 뒤 구층암 뒷산의 고로쇠 채취 장면.

# 미각으로 느끼는 봄소식, 고로쇠 수액

지리산 자락에서 고로쇠 수액은 또 다른 ‘봄의 전령사’다. 고로쇠나무는 밤낮의 기온차가 커지는 봄이 돼야 수액 채취가 용이하다. 영하인 밤에는 줄기가 수축돼 물을 흡수하고, 영상인 낮에는 줄기가 팽창하며 물을 밖으로 내보내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로쇠나무는 기온차가 큰 날 수액을 많이 쏟아낸다. 2월 중순 시작된 지리산 고로쇠 수액 채취는 통상 3월 하순까지 계속된다. 요즘 구례에는 고로쇠 수액을 찾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구례에서만 70만3500ℓ가 채취됐다.

뼈에 이롭다는 뜻의 한자어 ‘골리수(骨利水)’에서 유래했다는 고로쇠는 필수 미네랄 성분이 보통 물의 40배나 함유돼 체내 노폐물 제거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엄사 바로 뒤 아담한 절집인 구층암에 가면 명완 스님이 직접 채취한 고로쇠 수액을 맛볼 수 있다. 달짝지근한 고로쇠 수액은 우중충한 겨울 기분을 털어내는 데도 그만이다.



◇오산 사성암에서 바라본 섬진강과 구례평야.



◇사성암 주변의 대나무. 겨울 대숲에 비하면 확실히 밝은 색이다.

# 드넓은 구례 평야가 한눈에, 오산 사성암

문척면 죽마리 오산(531m) 정상의 사성암도 구례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 사성암은 오산 꼭대기 기암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작은 암자. 포장은 됐지만 경사가 워낙 심해 승용차 기어를 1단에 놓고 조심조심 올라가 절집 앞 마당에 서면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과 소설 ‘토지’의 무대인 구례 들녘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순식간에 풀어지는 느낌이다. 사성암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이 얼마나 청량감을 주는가는 바로 옆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마련돼 있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사성암으로 올라가는 돌계단 양쪽에는 대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대나무는 사철 푸르지만 봄이 되자 한결 더 경쾌하고 밝은 녹색을 띤다.



◇천은사 주변의 차나무 잎. 겨울에 비해 한결 경쾌한 느낌을 준다.



◇섬진강 참게 매운탕.

# 섬진강변 최고의 산책길, 화정리 ‘둑길’

걸으면서 섬진강의 봄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문척면 화정리의 ‘둑길’을 찾을 일이다. ‘강북’을 달리는 19번 국도를 타고 가다 경남 하동에서 남도대교를 넘어 다시 구례 쪽으로 방향을 틀면 ‘강남’을 달리는 861번 지방도로로 들어선다. 작가 김훈이 수필집 ‘자전거여행’에서 소개한 길이 바로 861번 도로다. 이 861번 도로를 타고 오봉정사를 조금 지나면 화정리의 둑길이 나타난다. 이 일대는 ‘수달 생태보호지구’이기도 하다.

물씬한 봄 내음을 맡으며 1㎞ 정도 되는 둑길을 걷다 보면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지척에 두고 사는 화정리 주민들이 한없이 부러워진다.

여행정보

서울에서 승용차로 구례를 가려면 대전에서 대진고속도로(대전∼진주)를 타고 가다 함양나들목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탄다. 광주 방향으로 달리다 남원나들목으로 나와 19번 국도로 들어서면 된다.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구례군청 환경산림과(061-780-2425)나 한화 리조트 지리산(061-782-2171)에서는 주민들이 채취한 고로쇠 수액을 택배로 보내준다. 18ℓ들이 1통이 택배비를 포함해 5만5000원. 고향산천(061-782-8410)에 주문을 해놓으면 섬진강 참게를 구해 매운탕을 끓여준다. 은어도 맛볼 수 있다. 섬진강(061-781-9393)에서는 다슬기 수제비를 내놓는다. 화엄사 입구 이시돌(061-782-4015)은 한방갈비와 산채정식이 유명하다. 자세한 여행정보는 구례군청 홈페이지 www.gurye.go.kr)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출처 : 꿈의 엘도라도
글쓴이 : 이사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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